2005. 12. 15.

2005. 12. 5.

스즈키 세이준




스즈키 세이준의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야말로 황홀경의 순간들이다.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 기괴한 이미지와 사운드, 어처구니없는 상황설정, 의미없어 보이지만 뼈가 담긴 대사들, 부조리한 인물관계 및 내적상황, 논리성 결여된 내러티브 구조, 툭툭 끊기는 쇼트 흐름 등 이 모든 이질적 요소들이 한데 고루 섞여 꽤 맛깔스럽고 황홀스런 순간들을 빚어낸다. 동류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각 요소들은 그가 구축해놓은 그로테스크한 미학의 틀안에서 매우 영롱한 조화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그는 질서의 해체 속에 역설적으로 자리한 질서의 존재와, 저돌과 반항의 의지 속에 꿈틀대는 안정의 기운을 매우 절묘한 감각으로 포착해낸다. 아이러니를 채로 내버려두지 않고 보다 고차원스런 경지로 이끌어 올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 보인다. 이를 내 멋대로 스즈키 세이준의 '어이상실 난장판의 미학'이라 명명해본다. 50편에 달하는 필모그라피 안에서 세이준은 난장판의 세계와 어지러진 질서가 뭐 어떻냐며 되려 우리의 갇힌 시선을 다그친다. 매우 쿨하다. 그에게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