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

한마디


땀이 배지 않은 말들은 믿지 않는다. 구체적 삶의 결이 드러나지 않는 말들은 신뢰할 수가 없다. 자기 존재증명을 위해서건, 시장의 간택을 받아 예쁘게 팔리기 위해서건 소위 인문학을 지식을 위한 지식의 도구로만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도 그랬다. 푸코, 데리다, 라캉, 니체를 인용하고 돌아서면 어딘가 뿌듯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저 거장들은 자신들도 알 수 없는 맥락 위에 불시착해야 했고, 나는 갈수록 아리송한 허무감을 맛봐야 했다. 그건 그 말들 속에 내 삶이 비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었는지 아는 나이가 됐다. 인용이 잘못이 아니라 자기 삶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게 잘못일 것이다. 이젠 오직 자기 삶에서 길어올린 말들만을 믿는다. 그게 비문이건, 욕설이건, 감정 배설이건 상관없다. 진실을 담은 한마디, 그것들에만 귀기울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