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8.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말



  영화를 찍을 때, 나는 내가 그때 느끼는 것을 많이 반영한다. [열대병]을 찍을 때, 나는 가족, 사랑, 자금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우울했고, 영화의 모든 것이 다운된 분위기로 표현했다. 그래서 [열대병]을 보는 당신의 시각과 나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열대병]의 대화나 로케이션은 모두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다큐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일기 같다. 10년 전을 돌이켜보는 나의 기분을 반영하는. 영화인이라면 자신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 관점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관점은 무엇인가? 젊은 영화감독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관점이 아닐까. 나처럼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파이낸싱 측면에서도 희생이 필요한 게 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는 타이에서 다른 일들을 하기 때문에 운이 좋은 편이다. 나는 디자인 컨설팅, 뮤직비디오 제작 같은 일들도 한다. 처음에는 눈치를 봐야 할 일도 많지만 일단 크게 성공을 거두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 않나. 그때는 치사하게 굴어도 된다. 이런 게 해피엔딩 아닐까.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씨네 21] 인터뷰 중에서







2016. 1. 4.

열차의 도착




열차의 도착 Arrival Of A Train At (2016)



2016. 1. 2.

누른 그 말들


1. 함부로 말해지는 일들이 너무 많고, 가장 많은 상처는 작고 예쁜 것들이 대개 입는다. 말이란 건 그래서 되도록 지워내려 하는 편인데, 지랄처럼 총량의 법칙이 있는건지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부풀어 오른다. 현실에서 누른 그 말들이 여기에 주책없이 쌓인다.

2. 올겨울 추위는 [히말라야]서 다 느낀 거 같다. 이렇게 안추운 겨울은 살면서 정말 처음이다. 일 년에 반은 타이즈를 입는 나로선 싫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반가운 일만도 아니다.

3. 작위적 대사와 무리한 서사 연결이 많지만, [히말라야]는 적어도 그렇게까지 까일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 시간과 공간과 탈진을 이만큼까지 납득시키고 체험시켜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통속과 신파라해서 비웃는 일 또한 무책임하다. 통속과 신파가 어때서. 나는 [너는 내 운명]에 버금가는 감흥을 느꼈다. 문학사와 영화사 불멸의 걸작 가운데 절반은 통속과 신파다. (그들과 나란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기대도 못한 지점까지 밀어 붙이는 이 영화의 통속/신파 장력을 보며 나는 솔직히 좀 놀랐다.

장률의 말


정성일: 당신에게 당나라 시대의 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
장률: 당시를 원래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이태백. 그의 시는 정말, 사람 냄새가 난다. 어떻게 보면 중국 역사에서 가장 휘황찬란했던 시기가 바로 당시대다. 근데 그 휘황찬란했던 시기의 시가 제일 엄격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모든 중국 사람들이 슬프거나 기쁠 때 술이 취해서 한마디 떠올리는 시가 있다면 대부분 이태백의 시다. 엄격한 형식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암송이 가능한 것 같다. 당나라 시는 할아버지부터 아이들까지 한수 두수는 꼭 외우고 있다. 모순으로 여겨지는 건, 엄격한 틀은 예술의 적이 아니던가. 예술은 자유분방해야 하는데, 이태백은 왜 그 틀 속에 들어갔을까. 어떻게 보면 예술과 예술가들이 조건없는 자유보다 오히려 어떤 틀 속에 있을 때, 그 자유가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일관성있고, 흐트러지지 않고. [당시]의 주인공은 방과 복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혀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복잡하다. 이태백이 그 속에서 자유를 추구하듯, 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시를 제목으로 선택했고, 중간중간에도 당시를 자막으로 넣었다.
                                                           
           - 정성일, 장률, [씨네21 545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