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5.

천변풍경, 함미나 [Idleness]



1. 무무를 데리고 동네 천변 산책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벚꽃은 잘도 흩날리고 있었다. 저들을 (포함한 나를) 바라보고 있자니 '결국 고통받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사라진다면) 자연은 언젠가 제 모습으로 회복해갈 것이다. 오직 사람이, 그 안에서 상처 주고 상처 받고, 오염으로 신음하다가 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은 더 매정하고 무서운 것이다.

2. 무무의 천연한 눈망울은 그것이 자연의 편에 속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3. 함미나 [Idleness] 전에 다녀왔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혼돈의 심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작가(가 대변하는 시대의 얼굴들)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널 쏴 죽이겠다'라고 했다가, '깨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가, '자살의 풍경'을 먼발치서 바라보다가, 다시 '널 쏴 죽이겠다'라고 한다. 도리 없는 분열증의 상황. 타깃은 과연 찾아낼 수 있는 걸까. 좌절과 불안은 고스란히 이들 몫이지만, 그를 생산해낸 건 이들이 아니다. 명징한 적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적은 여전히 특정할 수 없으며, 그 힘은 가공할 수준으로 더욱 비대해간다. 으스러진 머리, 흘러내리는 얼굴은 이미, 쏘려고 총을 든 자의 것이다. 무얼 쏘겠다는 걸까. 무얼 쏠 수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