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6.

중력


1. 시와가 태어난 지 90여 일이 흘렀다. 모두가 그러할 것처럼, 우리에게도 여러 변화들이 찾아왔다. 작고 소중한 존재에 대한 '구체적' 감격, 애틋함. 그를 바라보며 샘솟는 '질적으로 새로운' 책임감. 그러나 한편, 현실로부터 10센티 정도 붕 뜬 상태의 생활감으로 줄곧 살아왔던 내게, 출산 및 본격 육아의 지난 90여 일은 현실의 준엄한 중력을 절감케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2. 피로. 우선 육체의 피로. 그로 인한 정신의 아둔함. 마치 '지속-멈춤-다시 지속'이라는 단락과 매듭이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함. 그로 인한 천천한 존재의 균열. 이어지는 시간들. 다시 피로. 육체의 피로. 그로 인한 정신의 아둔함. 존재의 조각들이 하나씩 상실되는 기분. 

3. 말할 필요 없이 내 자식은 아름답다. 나와 아이 사이에 충분한 시간이 축적되지 않았더래도, 이 생명과 마주한 그 최초의 시간부터 우린 흡사 신경망처럼 즉각 연결되어버렸다. 응당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가장 아끼는 것을 당장 내어 놓아야 한대도 전혀 아깝지 않을 존재로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문제와 분리되는 이 존재론적 부스러짐이란, 전에 미처 그 폭과 종류를 감히 예상하기 어려웠던 것이었다. 한동안은 이 당혹감과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