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4.

사이비


혹 어떤 이가 그릇된 믿음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오직 그 믿음 뿐이 그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난간이자 마지막 안간힘이라 한다면, 더구나 나는 그에게 다른 어떤 마땅한 대안도 제시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일 뿐이라면, 나는 과연 그 믿음을 사이비라 쉽게 부를 수 있을까. 그런 권리가 내게 있을까.

2015. 1. 8.

김훈의 글


  “삶의 불가능, 사랑의 불가능, 가치를 건설하는 일의 불가능은 본래 그러한 것처럼 분명했으나, 그 불가능한 삶을 단념할 수 없는 운명 또한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삶은 곧 기갈인 것인데,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거스를 수 없으며 피할 수 없고 붙잡을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그 앞에서 멈칫거릴 수 없는 것이어서, 그 배고픔과 목마름이 돌이킬 수 없는 생로병사의 길이라 하더라도, 문학은 저 불가능들의 편이 아니라 기갈의 편이라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졸작은, 그 성취는 고하간에, 어쨌든 그 기갈의 편에 서는 글일 것입니다. 
  중생으로 살기 위하여, 생로병사에 밟히기 위하여, 시간이 몰고 오는 온갖 수모를 견디기 위하여, 목마름을 목말라하기 위하여, 그리고 인간에게 허용된 말의 범위 안에 머무르기 위하여 저는 기어이 한 글 한 글의 글을 쓰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은 아마도 좁고 가난한 영역 안에 갇히게 될 터인데, 저는 그 부자유를 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훈, 이상문학상 수상소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