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7.

뽀미


어머님이 누구니
널 어쩌면 좋니


  



2015. 6. 16.

6주년


나의 여자친구. 천문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고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 당신은 내가 아는 지구상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6주년 진심으로 축하해. 앞으로도 잘해보자.

2015. 6. 3.

엄마


카메라에 대한 엄마의 저항은 완강하다. 사진 찍히기도 어려워하지만 다큐 작업에는 더 거부감을 드러낸다. 엄마는 아름다운 여자다. 외모도 마음도. 다만 당신이 그걸 모를 뿐이다. 그렇게 지난 세월을 사셨다. 좁은 세계 속에. 낮은 자존감 속에. 다 늙어서 뭐하는 일이냔다. 일단은 카메라를 내려 놓는다. 대상이 원하지 않을 때, 혹은 찍는 이가 더는 다가갈 수 없다고 느낄 때, 카메라를 내려 놓는 것이라고, 나는 [송환]의 김동원 감독에게서 배웠다. 그래야 할 것이다. 대체 왕빙은 어떻게 그 무지막지한 근접조우를 한 것일까. [철서구]의 노동자들은 마치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한다는 양, 날 것의 모습이다. 고추를 덜렁거리며 무심한 남자들이 카메라 앞을 지나가고, 욕설과 음담패설도 내키는대로 흘러 들려온다. 유치한 싸움에 뛰어드는 장면은 숫제 카메라가 완벽한 목격자가 되기라도 해야 한다는 양 따라 붙는다. 흡사 투명인간이 된 왕빙은 달랑 소형 DV 한 대를 들고 사라져가는 공장과 마을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누빈다. 2년 간 촬영 없이 관계 맺기에만 몰두했다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신기한 일이다. 왕빙에 관해선 하여간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허우 샤오시엔과 정반대의 자리에서 카메라의 윤리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다시 엄마의 이야기.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을 담아낼 생각인데, 벌써 제목을 고민하고 앉아 있다. 시작할 땐 [나의 어머니]로 정했다. 허나 왠지 심심한 거 같기도 하고, 또 왠지 난니 모레티 근작을 따라한 거 같아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알모도바르를, [친애하는 당신]은 아피찻퐁을 떠오르게 하므로 역시 후보서 삭제.(정말 괜찮은 제목인데.) 옆에서 보고 있던 여자친구가 답답했는지 하나를 제안해왔다. [뜨거운 모자]. 듣자마자 뿜었다. 아니 무슨 저질 삼류 포르노 제목 같잖아. 나도 그녀도 객쩍게 웃었다.

2015. 6. 2.

농담


이 지독한 세계에서, 우리는 꺼질듯 결코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용이 무엇이든 하는 말마다 네거티브한 사람들과 있다 보면 참 기가 빨린다. 짐짓 위트와 포지티프함으로 방어 해보려 해도 번번이 쉽지 않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라고 쉬워서 농이나 치며 사는 거 아니다. 농담이 얼마간 우리를 구원한다고 믿기에 그러는 거다. 그게 할 수 있는 한편의 저항이라 믿으므로 그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