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8.

결혼


  결혼이란 걸 한다. 가장 많이 사랑하고, 가장 많이 싸운 사람. 저 8년의 시간들. 이제까지완 전혀 다른 층위의 무게가 얹어질 것이다.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을 것이다. 아름답기만 한 길보다 그 반대의 풍경이 더 자주 드리울 것이다. 그 모든 불안과 혼돈과 두려움 속으로 그러나 기어이 걸어들어가려 한다. 이런 일에 날이 선 설계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러 일에 그래왔듯 이번도 또렷하지 않은 채로 뛰어든다. 연애와 결혼은 전혀 다른 일일 것이다. 8년 세월이 쌓은 더깨에 그저 기대볼 뿐이다. 아주 무력하게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서로에게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것들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애써 바꿔야 할 상대의 결점과 그저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할 상대의 결점을 구분해온 일. 서로에게서 훈련한 것의 거진 전부는 그것이었다. 결혼이라는 선택. 그 대가로 얻게될 책임의 무게는 지금 다 측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시 막연한 믿음을 품을 뿐이다.



2016. 7. 7.

할머니

한 세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지금쯤 할아버지를 만나셨을까. 내 결혼식을 너무도 보고 싶어 하셨다. 그 불덩이의 육신으로도. 한 발자욱조차 당신 힘으론 어려우셨으면서도. 애미야 나 안죽어. 안죽을거야. 어머니, 어머니가 왜 돌아가셔요. 마지막 길은 결국 어머니가 배웅해드렸다. 지독한 애증. 가장 큰 슬픔은 엄마에게 들어찼다. 숫제 몸으로 반응이 왔다. 가볍잖은 대상포진이 살갗에 피었다. 며칠째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다. 그날 낮, 우리는 가슴이 무너져 흘렀다. 전화를 부둥켜잡고 엉엉 울었다. 수년만의 연락들이었다. 장례 뒤 형제들은 앞날을 논의했다. 타산은 거기에 끼지 않았다. 그의 아이들도 서로를 찾고 돌보기 시작했다. 그런 선물을 남기고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