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1.

두 아기, 시와 무무


1. 출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밖을 향해 밀어내는 아기 힘 자국이 이제는 육안으로 보인다.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출산의 불안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무게로 아내 편이 더 감당해 내고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나는 고작 약간 분의 역할만 하고서는 이런저런 말을 붙여 저 불균형을 무마하려 해왔던 것 같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2. 무무가 슬개골 탈구 판정을 받았다. 일하던 중 아내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아내는 수의사가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동안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곧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 반면,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아니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산책도 무리하게 시키지 않았고, 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음식을 주었고, 미끄러질세라 거실에 카펫도 깔아주었는데 왜 탈구가 온 거야? 

3. 아내는 가슴으로 먼저 받아들였고, 나는 머리로 먼저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에도.

4. 우선은 무무에게 수술을 가하지 않기로 했다. 장삿속을 최대한 덜어내고 오직 강아지의 의학적 상태만 살펴 재활 또는 수술을 권한다-고 세간에 평이 난-는 병원을 아내가 어디서 알아냈다. 6월 중순에나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이라고 한다. 그전까지는 무리되지 않는 산책, 생활습관 개선-가령 두발로 일어서기 금지 등-으로 재활과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2021. 2. 20.

정용준의 일기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 둘을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시되 

어떤 중독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 정용준(소설가), 문예잡지 Axt 34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