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2.

라스트 미션



1.
공원을 산책하다 한 무리의 청년들을 보았다. 저들의 기운찬 재잘거림을 아내와 나는 그저 바라보았다. 다시 잡을 수 없는 무엇을 바라보듯이. 저들에겐 생기가 넘쳤고, 그 순간 그것은 온전히 저들의 소유였다. 꼭 저들만의 시간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동시에 나는, 그러나 우리의 걸음, 이 속도가 좋고 편하다 생각했다. 다시 저 시절에 떨어뜨려 놓는다면, 나는 얼마 못가 다시 지금을 간청하게 되리라. 이 속도, 이 걸음, 이 리듬을 갈구하고 말 것만 같다. 그렇게 되겠지. 하나둘 무언가 들과 악수하고, 익숙함에 망설임 없이 젖어들고, 이미 잡아 둔 것들을 더디 잃으려고 하겠지. 많은 비겁함과 적은 반성으로 하루하루를 살게 되겠지. 그렇게 살아가면서 지금 나는 어른이 되는 중이라 스스로를 위안하겠지. 그러나 그렇다 하여도 어쩌나. 나는 내가 통과하고 있는 이 시간이, 진심으로 편하고 좋은 것을.

2.
또다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기품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무한한 애정과 존경을 바침에 한 점 망설임이 없을 그런 작품이었다. 가히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그처럼 쉬운 방도를 가지고도 그보다 깊은 감동으로 붙잡고 들어가는 감독은 글쎄, 내 얇은 식견으론 없다. [라스트 미션]은 또다시 어른의 영화였다. 정확하게는 노인의 성장영화. 그렇다. 진정한 어른은 노인이 되어서도 성장을 해야 한다고 웅변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자의 저 자기 돌아봄엔 뭉클함을 넘어선 숭고함이 있다. 그는 자신의 죄과를 그대로 수용한다. 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거기에 어떤 변명도 달지 않는다.  "유죄입니다. 내가 했습니다." 그의 영화를 보게 될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서글픔이 밀려든다. 그의 삶과 영화에 조응해 온 관객이라면 노인이 꽃을 심는 마지막 장면에 같은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2019. 3. 16.

산책. 2018 겨울



산책. 2018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