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6.

『A FABLE』 WILLIAM FAULKNER SIGNED FIRST EDITION



『A FABLE』 WILLIAM FAULKNER SIGNED FIRST EDITION

『A FABLE』 WILLIAM FAULKNER SIGNED FIRST EDITION





2024. 4. 5.

사실과 진실



1. 
팀장은 사실을 중시했다. 
그는 매섭게 오직 사실만을 들여보았고,
특유의 집요함은 오늘도
그가 '보고자 했던 사실'을 집어내고 말았다.

2.
이 일의 담당자였던 나는
그렇지만 그 사실이 놓여진 맥락도 살피고 싶었다. 
그 사실이 놓여진 맥락은 
사실 자체 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므로.
나는 상대에게 자기를 소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딱잘라 선을 긋고 
칼을 내미는 일을 잠시 뒤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덮고 그냥 그 길을 나왔다.

3.
결국 잘못된 것은 나였다. 
나는 문책 받았고, 순식간에 무능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된 건 물론 틀린 일이 아니었다.

4.
그 자리는 행정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으로서 자연인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었다.
국가의 사무를 하러 
사무의 대상이 되는 자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5.
우리가 해야 하는 일에,
사실은 절대의 힘을 갖는다.
사실이 놓여진 맥락, 저간의 사정, 수많은 이야기들, 서사들,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르는 것들'은
빠르게 배제되어야 마땅하고 경원되어야 마땅하다.

오직 부분부분의 사실만을 바라보는 것.
발견된 사실 조각의 적법만을 따지는 것. 
그저 그것만으로 이야기 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하는 자의 옳은 방법이다. 

6. 
근래 나는 더욱 자주
내가 행정가의 길을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생각을 한다. 

7. 
나는 사실의 앞과 뒤 또한 들여다 보고 싶다.
사실과 사실이 이어지는 자리,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자리,
그러니까 여백의 자리,
어쩌면 진실이 숨어있을지 모르는 공간.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서사와 행간이 궁금하다.

사실 자체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그것은 내게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8.
행정가로서는 응당 결격인 태도이다.

9.
생활과 공무 각각에서
이것을 분별하는 일이 또렷지 못한 나는
나의 자리에 대해 다시 자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