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7.

레볼루셔너리 로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았다. 10년 만이다. 그때나 이제나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하나다. "정말 지독하다." 도저하고 냉엄하게, 한 중산층 가정의 시작과 끝을 들여본다. 차곡차곡, 한톨의 불필요함 없는 축적과 리듬으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서로의 생활을 묻고 아이를 낳고, 회사에 다니고, 집을 사고, 밥을 먹고, 섹스를 하고, 마음이 어긋나고, 각자의 공간을 마련하고, 후회와 번민에 허덕이고, 다시 일을 하고, 섹스를 하고, 그러다, 그렇게 살다가, 이렇게 계속할 수 없다는 자각에 이르게 되고, 마침내 이별을 선언하고, 다시 마음을 돌려보려하다가, 끝내 내 마지막 삶이 이래선 안되겠다는, 그래서 '어떤 결단'을 내리기까지. 이 모든 지난한 생활의 궤적과 심리의 추이를, 이 영화는 징그럽게 응시한다. 나는 군에서 막 제대한 20대 초반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 물론 그때는 머리로 보았다. 반도 흡수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저들의 삶에 대한 나름의 주석을 달았다. 10년의 시간 동안 나는 연애의 부침을 겪었고, 가정 생활의 기초를 터득해가고 있다. 그 두 시간 축의 결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본 이 영화의 뒤에, 나는 어떠한 서툰 주석도 달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할 만한 짓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지난 10년 시간이 내게 남긴 유일한 무엇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