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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5.

사실과 진실



1. 
팀장은 사실을 중시했다. 
그는 매섭게 오직 사실만을 들여보았고,
특유의 집요함은 오늘도
그가 '보고자 했던 사실'을 집어내고 말았다.

2.
이 일의 담당자였던 나는
그렇지만 그 사실이 놓여진 맥락도 살피고 싶었다. 
그 사실이 놓여진 맥락은 
사실 자체 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므로.
나는 상대에게 자기를 소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딱잘라 선을 긋고 
칼을 내미는 일을 잠시 뒤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덮고 그냥 그 길을 나왔다.

3.
결국 잘못된 것은 나였다. 
나는 문책 받았고, 순식간에 무능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된 건 물론 틀린 일이 아니었다.

4.
그 자리는 행정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으로서 자연인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었다.
국가의 사무를 하러 
사무의 대상이 되는 자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5.
우리가 해야 하는 일에,
사실은 절대의 힘을 갖는다.
사실이 놓여진 맥락, 저간의 사정, 수많은 이야기들, 서사들,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르는 것들'은
빠르게 배제되어야 마땅하고 경원되어야 마땅하다.

오직 부분부분의 사실만을 바라보는 것.
발견된 사실 조각의 적법만을 따지는 것. 
그저 그것만으로 이야기 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하는 자의 옳은 방법이다. 

6. 
근래 나는 더욱 자주
내가 행정가의 길을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생각을 한다. 

7. 
나는 사실의 앞과 뒤 또한 들여다 보고 싶다.
사실과 사실이 이어지는 자리,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자리,
그러니까 여백의 자리,
어쩌면 진실이 숨어있을지 모르는 공간.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서사와 행간이 궁금하다.

사실 자체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그것은 내게 중요한 것이란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8.
행정가로서는 응당 결격인 태도이다.

9.
생활과 공무 각각에서
이것을 분별하는 일이 또렷지 못한 나는
나의 자리에 대해 다시 자주 생각한다. 



2024. 3. 30.

이산들 탄생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2024. 3. 3.

2024 시즌 수원삼성 개막전


2024 시즌 개막전에 다녀왔다. 2부에서의 첫 경기다. 낯설지만 신선한 감각이 찾아들었다. 팬들은 언제나처럼 제자리에 있었다. 시와와 함께 보려고 했는데 날이 아직 차가워 아내와만 다녀왔다. 경기는 승리했다. 새로운 것들과 여전한 것들이 함께 있었고 그것이 기분을 좋게 했다. 







 

2023. 12. 30.

올해의 책


올해의 책(소설)

목소리들. 이승우. 2023. 문학과지성사

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2023. 은행나무



올해의 책(비소설)

편집만세. 레베카 리. 2023. 윌북

깨어있는 부모. 셰팔리 차바리. 2022. 나무의마음

 

2023. 12. 2.

수원삼성 강등

수원삼성이 2부로 강등되었다.
그 현장에 있었다.
침묵 속에서 그라운드만 바라보았다.
훌쩍이는 소리들이 들렸고
성난 이들의 고함이 들렸다.
고개를 양손에 파묻고 있는데
함께 간 매부가 "형님 이제 가시죠"하며 이끌었다.

스쳐가는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폭을 잴 수 없는 거대한 구멍과 마주한 눈들을 하고 있었다.



 


2022. 12. 3.

포르투갈 전 승리기념

20년 전. 
모두처럼 우리도 취해있었다.
거대한 기운에 홀려
아버지와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했다.
간신히 이것이 남아있다. 



2022. 12. 2.

염기훈 사랑해

언제나 사람의 감동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선수 염기훈.
사랑합니다.💙🤍❤️









2022. 11. 4.

짧은 편지

일상에서 사람의 감동과 마주하긴 쉽지 않다.
그것이 일터라면 더더욱.
운이 좋았던 나는 감동을 주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다.
예정된 작별이었지만 막상 보내드리는 마음은 허허했다.
짧은 편지글과 작은 선물을 드렸다.


2022. 10. 29.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정말 긴 시즌이었다.
한 번으로 충분했던 경험.
나도 울고 아내도 울고 옆 사람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수.원.언제나.우린.너와.함께해. 





 

2022. 10. 9.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

차가운 가을 밤.
비를 뚫고 아이와 금천예술공장 오픈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작품들은 고르게 좋았다.
양승원, 유신애, 류성실, 차지량의 여전함을 보았고,
타이틀 <느슨한 포옹>처럼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현정윤의 공간에서 
아이가 울음을 와앙 터뜨렸다.
현정윤이 다가와서 달래주었다.













2022. 8. 31.

woot coffee

일터 바로 건너 편에 
수원삼성 팬이 운영하는 카페(우트커피/ woot coffee)가
생겼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기쁨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2022. 5. 2.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물건 편)



되도록 많은 것을 버리고 비워내되 
꼭 남겨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내 자신이란 기껏 조각처럼 어떤 지향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고,
더 큰 것은,
그러니까 저 물질과 정신성의 세계에서
누군가 힘으로 쟁취할 수 있는
더 크고 넓은 것은,
아래의 흔적들로 대신 전해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레이먼드 카버

윌리엄 포크너

폴 오스터

커트 보니것

트루먼 카포티

존 치버

앨리스 먼로

김훈

옌롄커

이언 매큐언

얀 마텔

밀란 쿤데라

이승우

모옌

무라카미 하루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페데리코 펠리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다르덴 형제

H.V.카라얀

미야자키 하야오

허우 샤오시엔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콜세지

지나 롤렌즈, 존 카사베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아녜스 바르다

로저 페더러

마이클 조던

리오넬 메시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손흥민

손흥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