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8.

꿈의 제인


1. 열흘간 아내가 없다. 장인어른,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갔다. 십년 만에 우리 처음 만난 그 나라 그 장소를 다시 찾는 것이다. 어떤 느낌일까.

2. 꿈의 제인을 봤다. 슬프고 아름다웠다. 조영각님 사회로 조현훈 감독과의 만남도 있었다. 망설이다 결국 손을 들었다. 마지막 질문이 됐다. 앞으로도 우리 불행하게 잘 살자, 정말. 소주와 라면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3. 올해도 부산에 가지 못하게 됐다. 내년엔 어떻게든 수를 써볼 것이다. 이모 할머님과 명일이 삼촌도 찾아 봬야 한다. 삼촌과 드라이브를 하고 광안리서 소주한잔 하고 싶다. (불현듯 그리운 2005년의 부산. 이때가 낭만은 절정 아니었나. )


2017. 9. 25.

서성거리기


1. [쓰리 타임즈] 틀어 놓고 빨래를 개다 불현듯 든 생각. '연애몽'을 무성영화로 처리한 까닭을 묻는 질문에 허우 샤오시엔은 이렇게 대답했다. 청대의 고어를 재현해낼만한 여러 여건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꼭 십년 뒤 [자객 섭은낭]을 만들었다. 숫제 열 세기도 더 전인 당을 배경으로 해야했다. (대사수는 극히 적었으나) 똑 당대 언어로 발화되었고 그 점이 중화권 관객들에 (움직임 없는 무협영화라는 듯도보도 못한 형식만큼이나) 각별한 인상을 남겼다.

3.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다가서야 하는 일과 다가서지 말아야 하는 일(혹은 그럴 수 없는 일). 그들 틈 간에 허우 샤오시엔은 늘 서성인 채이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7. 9. 4.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말



  
  헤밍웨이처럼 짧은 문장을 쓰는 작가도 있고, 제임스 조이스처럼 몇 페이지에 걸쳐 독백을 적어내리는 작가도 있다. 영화 역시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파졸리니는 시적 영화와 서사적 영화를 구분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영화는 시적 현상이 될 때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영화이건, 그건 내게 상관없다.

                                                         - 테오 앙겔로풀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