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

누른 그 말들


1. 함부로 말해지는 일들이 너무 많고, 가장 많은 상처는 작고 예쁜 것들이 대개 입는다. 말이란 건 그래서 되도록 지워내려 하는 편인데, 지랄처럼 총량의 법칙이 있는건지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부풀어 오른다. 현실에서 누른 그 말들이 여기에 주책없이 쌓인다.

2. 올겨울 추위는 [히말라야]서 다 느낀 거 같다. 이렇게 안추운 겨울은 살면서 정말 처음이다. 일 년에 반은 타이즈를 입는 나로선 싫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반가운 일만도 아니다.

3. 작위적 대사와 무리한 서사 연결이 많지만, [히말라야]는 적어도 그렇게까지 까일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 시간과 공간과 탈진을 이만큼까지 납득시키고 체험시켜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통속과 신파라해서 비웃는 일 또한 무책임하다. 통속과 신파가 어때서. 나는 [너는 내 운명]에 버금가는 감흥을 느꼈다. 문학사와 영화사 불멸의 걸작 가운데 절반은 통속과 신파다. (그들과 나란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기대도 못한 지점까지 밀어 붙이는 이 영화의 통속/신파 장력을 보며 나는 솔직히 좀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