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

장률의 말


정성일: 당신에게 당나라 시대의 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
장률: 당시를 원래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이태백. 그의 시는 정말, 사람 냄새가 난다. 어떻게 보면 중국 역사에서 가장 휘황찬란했던 시기가 바로 당시대다. 근데 그 휘황찬란했던 시기의 시가 제일 엄격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모든 중국 사람들이 슬프거나 기쁠 때 술이 취해서 한마디 떠올리는 시가 있다면 대부분 이태백의 시다. 엄격한 형식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암송이 가능한 것 같다. 당나라 시는 할아버지부터 아이들까지 한수 두수는 꼭 외우고 있다. 모순으로 여겨지는 건, 엄격한 틀은 예술의 적이 아니던가. 예술은 자유분방해야 하는데, 이태백은 왜 그 틀 속에 들어갔을까. 어떻게 보면 예술과 예술가들이 조건없는 자유보다 오히려 어떤 틀 속에 있을 때, 그 자유가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일관성있고, 흐트러지지 않고. [당시]의 주인공은 방과 복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혀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복잡하다. 이태백이 그 속에서 자유를 추구하듯, 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시를 제목으로 선택했고, 중간중간에도 당시를 자막으로 넣었다.
                                                           
           - 정성일, 장률, [씨네21 545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