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3.

개구리


숨소리마저 조심스런 조용한 공간에 있다. 옆자리엔 여고생이 앉았다. 귀엽게 생겼다. 하는 짓도 귀엽게 꼼지락꼼지락거린다. 아 이러면 안되지. 나는 네 삼촌뻘이다. 미안하다 조카.
어쩌다 목에서 개구리 소리가 났다. 침을 잘못 삼키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따금 이런다. 시선들이 내 쪽으로 향했던 것으로 보아 나만 들리는 사이즈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 소리는 찰나 나를 10년 전 어느 밤으로 이끌었다. 추운 날이었다. 막차를 기다리며 연상녀와 격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목에서 ‘개굴’ 소리가 났다. 연상녀는 잠깐 멈칫했으나 다시 키스에 몰입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개굴!’. 그쯤에서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나는 개구리라 불렸다. 물론 우리 둘 사이만의 별명이었다. 피터팬 컴플렉스와 MOT를 몹시도 사랑했던 그 여자. 잘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