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

엄마


영원한 숙제이자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 엄마에 관한 다큐를 찍기로 했다. 저 구석장에서 10년은 넘게 방치해 둔 캠코더를 꺼냈다. 중1 때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온 집안을 들었다 놨다 하다시피해서 산 캠코더다. 먼지를 불어내고 면봉솜으로 약을 발라 구석구석 닦아내니, 작동이 된다. VDSLR이다 뭐다 영상 찍을 수 있는 장비들이야 요즘 많다.(하다못해 스마트폰 카메라도 엄청난 퀄리티.) 하지만 이 다큐는 이 카메라로 찍어야 할 것만 같다. 그냥, 왠지. DV테잎 한 박스를 주문했다. 언제까지 찍게 될 지 알 수 없다.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긴 시간을 담고 싶다. 가와세 나오미나 왕빙 처럼 어떤 소명으로 찍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엄마를 더 잘 알고 싶다. 지나온 삶에 대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