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30.

인생영화 2015


  해마다 새로 작성하던 인생영화 리스트를 올해부터 5년 주기로 한 번씩 작성하기로 했다. 목록에 큰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데다가, 그 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연말 올해의 영화 리스트로 충분한 거 같아서다. 이미 지난 봄에 한 차례 올린 바 있지만 5년 주기를 맞추기 위해 2015년이 가기 전 구태여 한 차례 더 정리했다.

  저 영화들은 내 영화사 최고 걸작 목록이 아니다. 나는 그만큼의 방대한 이해와 깊이를 갖추지 못했다. 다만 저들은 특정한 시기 또는 일정한 세월 동안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거나 깊은 반성과 각성으로 이끈 작품들, 또는 아주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작품들이다. 어딘가 막혔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다시 꺼내보고 재차 곱씹는 작품들. 생활의 계속적인 영감과 실천으로 나를 끌어 당기는 목록들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내가 나고 자란, 나를 품어준 공간과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세계화란 말조차 빛바랜 듯 광속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오늘,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딛고 선 이 땅, 내가 생활하고 감각하는 지금 이곳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아닌가 싶다. 아시아 영화 카테고리를 새로이 추가해 집어 넣은 까닭이다. 서구 영화의 문법과 전통에서 비껴나 아시아에서 아시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거기에만 자리하는 어떤 불가피한 태도에 관해 말하고 있는 영화들이 주로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