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4.

술김에


술김에 올리는 포스팅.

1. 응팔의 저 우정의 공동체가 부럽다. 내 주변에도 물론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대개 그만큼 각자의 벽도 높은 사람들이라 종종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고 못났으면 얼마나 못났을까. 사랑, 우정, 환대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나란 존재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태어난다. 절대 저 홀로 사람이 되는 길은 없다. 더럽고 치사하고 ㅈ같더라도 결국 사람 속에서 이룩해야 한다.

2. 파리 테러는 수습중이고 진행중이며 전면적으로 닥쳐올 근미래의 일이기도 하다. 죄없이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천국이 있다면 그곳으로 향하시길 깊이 바란다. 그러나 이 사건이 무차별적인 이주민 혐오와 특정 종교 혐오로 증폭되는 건 안될 일이다. 필사적으로 구분지어야 한다. 저들은 이미 진실한 신도가 아니다. 어떤 종교든 진실하게 믿는 이들은 그러는 법이 없다. 교조적 추앙이 아니라 신과의 대화 속에 자신을 돌아보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교지만 이따금 이태원 이슬람 모스크에 들어가 평온을 느낀다. 그곳의 친구들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결한 사람들이다. 극히 일부의 망태를 전체로 오인하지 말자.

3. 광화문의 시민들. 오늘 수고 많으셨다. 나는 오늘 무력했다. 신문을 읽었고 운동을 했고 책을 읽었고 약간의 일을 했다. 당신들은 얼마나 따가웠을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진 않지만, 팩트TV를 보고 있자니 한진 중공업 2차 희망버스 때가 생각났다. 김진숙을 보기 위함 단 그것 하나 뿐이었는데 캡사이신을 온 구멍으로 맞아들여야 했다. 결국 김진숙은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 할 말이 있다. 그 운동은 필요하지만 그 운동만으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차벽을 부술 생각 하지 마시라. 청와대로 진격할 생각 마시라. 우리만 다친다. 그냥 그 목소리를 보여주는 거면 족하다. 나머지는 각자의 생활에서 자신만의 작은 혁명을 이룩하시라. 그 편이 훨씬 급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