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9.

[사이키델릭 네이처] 짧은 소감



1. 지난 일요일 오후 두 시, 통의동 보안여관 지하에서 열린 <사이키델릭 네이처 Psychedelic Nature> 아티스트&큐레이터 토크에 다녀왔다.

2. 작업들을 보지 못한 상태로 대담장에 입장했다. 

3. 니콜라스 펠처, 류성실, 양승원, 정희민, 최하늘, 그룹 '업체' 그룹 전이었지만, 패널로 참석한 이는 류성실, 양승원 작가, 송고은 큐레이터뿐이었다.

4. 작업만 관람하고 이 대담을 듣지 않았다면, 아 참 조악하고 조악하구나, 하며 돌아섰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보안여관 구관이라는 공간의 정서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5. 오늘날 자연을 감각하는 우리의 방식은 소비적이거나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하기 어렵다. 미디어를 통해 간접의 형태로 이뤄지거니와, 직접 만나는 경우에도 '상품의 구매'라는 틀을 거친 경우가 상당하다. 거기서 생산되는 감정은 '아름답다', '멋지다', '경탄스럽다'이거나 혹은 반대로, '매섭다', '혹독하다', 잔혹하다' 정도일 것이다. 응당 그 감정은 소중한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억압에 맞서는 '염려'와 '저항' 또한 아주 귀한 것이다.

6. 하지만 부족하다. 일차원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소비자로서의 자족에 머물지 않고, 미디어의 이미지에 즉자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더 다각의 통로로, 더 개별적이면서, 더 깊이 들어간 '자연과의 만남'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사이키델릭 네이처 Psychedelic Nature>는 이 질문에 대한 여섯 개의 응답이었고, 솔직히 말한다면, 전시의 결과물들보다 내 마음을 더 움직인 것은 이 기획 자체였다. 이 기획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퍽 의미있는 작업으로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