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0.

여자친구


  보름 전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벼운 것이었고 그래서 우선 감사해했다. 병실에서 그녀는 곧잘 웃었다. 밥도 씩씩하게 잘 먹었다. 산책도 매일 했다. 어느새 마음을 내려놓고 함께 재잘댔다. 언제나처럼 같아서 그곳이 병원이었음을 까먹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퇴원한 지 나흘째 극심한 두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다시 입원을 시켜야 할까.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짐짓 그 쾌활함이 얼마간 나와 가족들을 배려한 가장됨이었음을.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온 몸이 부어 링겔을 꽂고 있으면서도 구성안을 넘겨야 한다며 밤을 새는 사람이다. 충분히 가져왔는데도 내가 갈아입을 속옷을 몰래 장바구니에 넣는 사람이다. 책임감 많고 사려 깊은 사람. 그러면서도 꼬인 데 없이 맑은 사람.

  충분한 휴식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니 한없이 마음이 무겁다. 재입원을 권유하지만 순순히 받아 들지 않는다. 무엇이 그녀에게 최선일까.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차라리 그 편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