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4.

잊지 않는다는 것





  수년 전, 사회운동단체에 몸을 담았었다. 소위 ‘21세기적 새로운 운동 방향'에 대한 세미나와 열띤 토론이 거의 매일 있었다. 나는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종종 침묵했다.(그러면서도 2년을 있었다). 그들의 단호함, 확실함, 주저없음이 난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다. 그 운동은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분명 세상에 얼마간 기여를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은 아니었다.

  여느 날과 같은 날이었다. 맑은 차 한 잔씩이 각자의 앞에 놓였다. 그날의 텍스트는 조성오 씨의 [철학 에세이]였다. 한 원로 선배(?)가 잠시 동석했다. 그 선배는 이런 말을 남기고 갔다. “가장 중요한 운동의 무기는 ‘기억'이다. '기억'의 힘은 짱돌보다도, 대자보 한 장 보다도 강하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것에 각자 어떻게 반응했는지 잊지 않는 것, 그것이 '기억 투쟁'이다” 나는 저 장엄한 수사에 탄복했다. 놓칠세라 노트에 꼼꼼히 적어두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읊조려 보았다.

  지금도 이따금 저 말을 되짚는다. 기억. 잊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저항이 될 수 있다는 것. 삶의 테가 더해갈수록 그 말의 무게도 더해간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살면서, 부대끼면서 느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