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7.

우연의 마법




인간 이성의 촘촘한 기획을 신뢰하는 대신 우연과 운명과 욕망의 거대한 장난을 신뢰하는 편이 삶의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무엇보다 우연의 마법을 그려내는 사람이라 좋다. 그 우연의 연쇄 속에 밥 먹고, 취하고, 섹스하고, 다투고, 삐지고, 외롭다가, 텅 빈 거리에 불시착하는 것. 다시 속을 줄 알면서도 또 살아보는 것. 그게 사실 우리 삶의 거진 전부 아닌가? 그렇게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언제나 “예쁘다"고 말하는 이 사람이 좋다.

추신. 이날 강연에서 어떤 여성 청중이 대뜸 마이크에 대고 요청했다. “감독님, 이따 저하고 술한잔 해주실 수 있나요?” 그가 대답했다. “네..뭐 그러죠.”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한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향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