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7.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의 만남 #3




  첫 여행은 터키였다. 누리 빌제 세일란의 [우작]을 보고서였다. 흑해, 보스포러스 해협, 아나톨리아 고원. 그 풍경 속에서라면 한없이 많은 계단이 놓여있는 것만 같았던 당시의 막막함을 얼마라도 위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울림을 준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 다니는 건 이후 모든 여행에서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 되었다. 대만은 언제고 가야 할 나라였다.(허우 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차이밍량, 이안의 나라!😮) 그러나 어쩐지 자꾸 미뤄져 왔다. 올해는 꼭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오직 10주년이라는 저 의식을 치르기 위해. 시간도 돈도 넉넉지 않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떠나게 되었다. 이해심 많은 여자친구가 경비 일부를 돕고 동행까지 한다. 고맙다. 이 시간 역시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오늘은 ‘SPOT TAIPEI'에서 허우 감독의 [섭은낭]이 첫 상영을 하는 날이다. 또한 우연하게도 10년전 서울에서 허우 감독과 처음 만났던 그날이다. 운이 닿는다면 다시 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 그 한 번 만남의 기억으로 간직되는 편이 실은 내겐 더 좋다.(2007년 부산에 [빨간 풍선]을 들고 오셨을 때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부러 귀찮게 해드리지 않았다.)  타이페이에 내리면 가장 먼저 허우 감독이 실현한 꿈, 'SPOT TAIPEI'를 방문할 것이다. 그곳에서 [섭은낭]을 보고, [연연풍진], [비정성시]와 [남국재견]의 촬영지를 차례로 순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