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

촬영지 순례 여행 #3. 허우 샤오시엔 감독 만남 10주년 기념



1. 클로이가 긴 시간 구글링을 해낸 끝에 [밀레니엄 맘보] 오프닝 촬영지를 알아냈다. 찾아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곳은 오랜 세월 탓에 곳곳이 훼손 되어 있었고, 이 참에 지자체는 쇼핑몰과 연계하여 다리 전체를 새로 짓는 리모델링을 할 계획인 모양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무지 소음 때문에 오래 있기가 어려웠다. 이를 무릅쓰고 여자친구가 기꺼이 서기 역할을 맡아주었다. 그 덕에 거기서 밀레니엄 맘보 오프닝을 비슷하게(?) 따라 찍을 수 있었다.




2. 루이팡에서 핑시시엔 열차를 갈아 타고 시펀에 갔다. [연연풍진]과 [남국재견]의 촬영이 이루어진 곳이다. 수년전부터 관광이 활성화되어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파를 뚫고 잠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연연풍진의 소년이 살았을 법한 가옥들이 이어져 있었다. 습하고 조용했다. 깡마른 고양이를 보았고 우산처럼 넓은 잎을 가진 식물을 보았다. 다시 철로 변으로 나왔다. 한 풍등 가게에서 풍등을 샀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바람을 적어 넣었다. 한 면에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의 만남 10주년을 자축, 감사하는 문구를 적었다. 풍등 안에 종이를 말아 불을 붙이자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저 멀리로 날아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3. 열차는 언제나 나의 로망이었다. 히치콕의 서스펜스한 열차. 오즈의 아이들이 걷던 철로길. 사트야지트 레이의 꿈결 같은 열차. 어떤 서부극은 아예 열차의 이미지를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그 역시 나는 좋아했다. 그래도 허우 샤오시엔의 열차만큼 내 마음을 달뜨게 하는 것은 없었다. [연연풍진]과 [남국재견]의 저 철로라니. 그저 차창 밖을 바라볼 뿐인데도 깊은 곳에서 아련한 감격이 올라왔다. 흡사 시간을 잇는 선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4. 실제 [비정성시] 촬영이 이루어진 가게에서 이날 저녁을 먹었다. 맛은 없었다. 대신 임문웅과 그의 가족들이 둘러 앉았던 식탁이 있었다. 역사가 진행되면서 자리를 차지하던 사람들 또한 변해갔던 그 식탁이다. 영화가 끝난 뒤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식탁을 흘러 지나 갔을까. 벽 한 켠엔 허우 감독이 남기고 간 싸인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