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8.

싸이월드


  싸이월드를 백업 받았다. 대충 훑어 보았다. 차마 정면으로 볼 용기는.. 그 세월의 저들과 내가 있었다. 좋기도 하였고 우습기도 하였고 슬프고 오글거리기도 하였다. 하여간 그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대부분 흩어졌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나, 얼마간 나나 당신이 서로 도망친 탓도 있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알 수 없다. 영문 몰라 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왜 멀어지는 거냐고. 왜 나타나지 않는거냐고. 거기에 나도 당신들도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서 사라졌다. 지금은 누구도 관심갖지 않을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갑자기 사라져간 무엇을 그리워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오랜 시간 품어 온 의문. 또는 상처. 그의 운전사가 말한다. 거기엔 아무 답이 없는 것이라고. 무언가 두려워 도망친 것이든, 또한 어떤 불가피한 상황이 닥쳐온 때문이든, 어떤 병이 시킨 일이든(가슴 속의 블랙홀). 하여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머리 쥐어 짜 본들 끝내 거대한 물음표 앞에 다시 주저 앉게 될 뿐이라고. 젊은 여자는 나이 지긋한 남자에게 진짜로 그렇게 말한다. ‘사라진 건 사라진 것이다.’ 그 대목이 내게 힘을 주었더랬다. 20대 초중반의 나는 많은 걸 두려워했다. 스스로를 유배시키는 방법 말고는 달리 무얼 몰랐다. 무작정 사라졌다. 옳은 방법이 아님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나 역시 떠나간 당신들에게 상처를 입었더랬다. 저 흔적들이 그 시간을 보여 주었다. 뭔가를 말한 시간 보다, 도망쳐 빈 여백이 된 시간들이 더 잘 나와 당신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우린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움에 남은 자들은 그저 꿀꺽 삼키고 살아갈 밖에 달리 할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