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30.

미도리와 나오코


하연수를 보니 미도리가 떠올랐다. 엉뚱하고, 소소함을 사랑하며, 저래도 되나 싶게 해맑은 사람. 그러나 또 속엔 알 수 없을 상처가 자리할 것만 같은 사람.(제멋대로 상상 죄송합니다.) 끌린다. 전엔 달랐다. 이상형을 질문 받으면 줄곧 ‘사연있어 보이는 여자'라고 대답했다. 말하자면 나오코같은. 보고만 있어도 슬픔이 질척거리는 여자. 가슴에 무한대의 블랙홀이 심어졌을 것 같은 사람. 홍상수의 김민희를 보니 나오코가 떠올랐다. 나오코보단 역시 미도리군. 하고 생각했다. 이젠 나도 변한 것이다. 1부와 2부의 그녀는 같은 여자일 것이다. 마음과 시선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 관찰해도 서로 다른 우연의 빛이 틈입해 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므로. 나는 거기에 매우 동의하므로. 2부의 김민희는 그럼에도 너무 예뻤다. 속에 상처 품지 않은 사람 어딨을까. 저마다의 사연쯤 모두 품고 산다. 다만 드러나는 모양이 예쁜 사람. 그런 얼굴빛을 가진 사람이 점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