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4.

두 여자


1. 두 여자를 보았다. 한 여자는 시네마테크 라운지에서. 남자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던 여자. 남자의 긴 영화사 강의를 영혼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여자는 지하철에서. 취기가 오른 남자와 나란히 앉아 있던 여자. 남자의 횡설수설을 여자는 떨치듯 외면하고 있었다. 남자가 말이 많아질 땐 대개 그의 처지가 서글플때다. 그래도 정도껏 해야 한다. 이따금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

2. 허우 샤오시엔 회고전 기념 엽서가 나왔다. 몇 장을 챙겼다.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영화 소개글은 형편 없었다. 간단한 정보문인데도 저렇게 비문이 많아야 할 이유를 몰랐다. 자객 섭은낭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 표기된 걸 보니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버거웠나보다. 그걸 또 컨펌해 준 에디터. 둘 다 실력 미달은 아닐테고 너무 바빠서였겠지. 그래도 이런 규모있는 기획전을 준비한다면 좀 더 성의와 신중이 있어야 했다.

3.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간택하셨다는 것.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셨다는 것. 크리스트교 체계 내에선 신앙적, 역사적 사실이다. 저 믿음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걸 오늘날 받아들일 땐 하나의 상징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당대 가장 핍박 받는 민족을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셨을 것이다. 수천 년도 훨씬 지난 오늘까지 그걸 문자 그대로 받아 들이는 건 그냥 문해력의 부재다. 오늘날 누가 가장 핍박 받고 있을까. 아직도 이스라엘의 가공할 폭력을 지지해야 하는 걸까. 종교가 다르다고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