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0.

소포


소포를 받았다. M에게서 온 것이다. 번쩍이는 은빛깔 서류봉투. 뭐가 이리 두툼한지. 세 달치의 책이 들어있었다. 그는 국내 굴지의 모터바이크 잡지사 기자다. “M기자"라는 호칭을, 그러나 그는 무척 싫어한다. 김꽃비를 좋아하지 않냐며, 그녀가 이번호의 인터뷰이였다고 부러 보내온 것이다. 김꽃비의 기사를 훑고 다른 면들을 뒤적였다. 바이크는 1도 모르므로, 온갖 브랜드와 장비와 소품들로 도배된 그 잡지를 오래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나는 M이 얼마나 가혹한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목격했다. 한 권의 책 절반을 그가 써내고 있었다.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모델로 출연을 했다. 너무 하잖아 이건. 책을 덮었다.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야, 솔직히 500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는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샹, 그냥 재밌어서 하는거여.“ 재미. 알지. 넌 그랬지. 그는 그랬다. 중학 때 밴드를 만들었고, 스물도 되지 않아 인도를 횡단했고, 시골 할머니 댁 옆에 작업실 겸 와인 하우스를 만들었다. 모두 제 손으로. 지금도 단지 제게 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를 날을 기다리며. 멋진 새끼. 날 좀 풀리면 텐트나 치러 가자는 말로 전화를 닫았다. 비닐은 어찌나 은색이던지, 햇빛을 그대로 반사해냈다. 눈이 시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