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3.

천지유정, 일개인 몰유동류.



  그가 아낀다는 말을 문득 되새김해본다. 천지유정(天地有情). 일개인 몰유동류(一個人,没有同類). 세상 만물에 사랑이 깃들어 있고, 세상 누구도 서로 같은 이는 없다는 말. 근래 부쩍 까닭 없는 서글픔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애초 심어진 우리 사랑과 고유는 시간과, 삶의 관성과, 세상의 편리 앞에 좀처럼 멀리 피어나기 힘들다는 것. 숙명인 줄 알면서도 그런다. 누구도 사랑을 품고 나지 않은 이 없고, 누구도 오직 하나의 존재로 나지 않은 이 없는데. 그저 휩쓸려 살다보니 제각기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이다. 그들이 나 같아서, 내가 그들 같아서, 화면 속과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와락 끌어안고 싶어진다. 단란한 외식 한 번 못해본 꼬마도 안고 싶고, 술주정뱅이인 어느 아버지도 안고 싶다. 멍투성이가 된 여자도 안고 싶고, 자기가 미워 눈이 번진 여자도 안고 싶다. 욕심 많은 어느 기름진 노인도, 손발 다 갈라진 검은 어깨의 농부도 안고 싶다. 감당할 줄 몰라 소비로만 채워내는 어느 금수저 인생도, 평생을 바치고도 영문없이 내쫒기는 어느 실업자도 안고 싶다. 그저 꿈이다.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는 내가 사랑을 서글퍼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모든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이며 무슨 헛짓거리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