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3.

'칸 퍼레이드 2019' [칸쇼네 : 타고난 버라이어티]를 보고, 드로잉.



1. 이태원 약속을 가다가 광흥창에서 내려 탈영역 우정국 '칸 퍼레이드 2019' [칸쇼네 : 타고난 버라이어티]를 보았다.

2. 전시 마지막 날이었고, 포근한 겨울날이라 관람객들이 제법 드나들고 있었다.

3. 공간에 비해 참여한 작가 수가 많다고 느껴졌다. 권민호, 람한, 박광수, 박순찬, 브이씨알워크스, 심규태, 심대섭, 옴씩 코믹스, 우연식, 우정수, 유창창, 윤상윤, 이우성, 이우인, 이윤희, 이은새, 이일주, 이재옥, 장파, 전현선, 조문기, 최지욱, 하민석 등. 자그마치 스물 세 명이다.

4. 가장 눈길을 사로 잡았던 건 권민호의 작업이었다. 설치작업이었고, 가로세로 약 2미터 크기였는데, 마치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건 이 작품밖에 없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노트 한 권, 그리고 그것을 도면용 복사기로 대형 인쇄해 빨래처럼 널어놓은 설치물 한 채. 노트엔 무엇이 적혀 있었을까. 똥, 오줌, 2시간 같은 단어들이었는데, 무언가 하고 보니 갓난 아이를 돌보며 엄마가 그때그때 남긴 기록이었다. 낮에 남긴 기록들은 노트에, 밤에 남긴 기록들은 흐느적한 설치물에 남아있었는데, 아래서 비추는 형광등 조명을 받아 고요하고 몽환적인 느낌, 한없이 고단하면서 또 한없이 포근하고 안온한 느낌이 뒤섞여 다가왔다. 

5. 전시 서문에 따르면 '칸 퍼레이드'는 2015년부터 시작된, 나름 역사와 연속성을 가진 기획전이었다.(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고, 처음 보았다.) 제출된 작업들에는 이 기획을 겨냥하여 창조된 것도 있어보였지만, 대개는 작가의 기존 작업물 가운데 유사히 들어맞는 것을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였다.(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6. 내게 만약 의뢰가 들어온다면?, 이라는 쓸 데 없는 공상을 해보았다. 공상에서 그치지 않고 드로잉으로 남겨보았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아래는, 깊은 감흥으로 이끌렸던 권민호의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