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9.

무무, 실밥 제거, 전화기 교체, 반이정 송년회



1. 무무가 우리 삶에 들어왔다. 그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나는 생명을 안을 자격이 한참 모자란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출산을 미뤄왔던 것도 나의 두려움 탓이다. 그것에 대한 결론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내년까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무무는, 솔직히 말한다면, 저 유예와 지연의 시간 동안, 과연 내가 더 큰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의 의미였다. 집으로 들이고 그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죄스러운 일이다.

2. 가벼운 수술을 했다. 2주가 지나 실밥을 풀었다. 올해 두번째 꿰맴이다.

3. 전화기를 바꿨다. 2g 폰은 더이상 생산되지 않고, 통신망도 올해 안으로 철거될 예정이므로, 그것을 구할 수는 없었다. 비스마트폰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디자인도 웬만한 물건을 서칭 끝에 찾아내었다. 기존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사무실 책상 위에 세워 두었다. 업무상 카톡에 사진올리기, 메시지 주고 받기는 불가피한 일이므로, 완전히 탈스마트를 실행할 수는 없었다. 업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퇴근 후, 공휴일, 주말 등)엔 이 전화기만 사용할 것이다. 

4. 반이정 평론가 및 그의 공지를 듣고 온 사람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반이정은 내가 오랜 시간 흠모해왔던 사람 가운데 하나다. 평론가라기보다 아티스트, 퍼포머로 내게는 여겨진다. 그의 글뿐만아니라 생활감각, 예술과 일상을 대하는 태도 등에 영향 입은 바 적지 않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의 시간들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