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9.

[도래할 공동체](세종문화회관 미술관)를 보고, 짧은 생각



1. '민주주의자 故 김근태 선생 8주기 추모전' [도래할 공동체]라는 이름이 붙은 전시를 지난 주말 보고 왔다.

2. 백현주, 안규철, 안상수, 양아치, 니콜레타 마르코비치, 이은서, 안드레이 미르체프, 이부록, 임민욱, 임흥순, 정정엽의 작업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추모를 하는 중이었다.

3. 어느 한 작업에 꽃혀 오래 머물거나 가까이 들여다보진 못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각의 작업이 품고 있는 개별적 미적 지향이 아니었다. 이런 방식으로도 가능한 '추모의 형태'에 관한 것이었다.

4. '故 김근태 선생'이라는 표현으로 그 삶과 존재를 칭할만큼 나는 그에 대한 기억과 감정과 이해를 갖고 있지 않다. 전시를 보고 돌아와 인터넷 검색으로 글줄을 몇 개 따라 읽어 보았지만 거기까지가 내 의지가 뻗어 닿을 수 있는 전부였다. 따라서 나는 저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뭉뚱그려진 부채감, 그러니까 나와 내 주변 이들이 누리는 오늘날의 자유와 평화를 얻어내기 위해 피흘려간 이들에 대한 빚진 감정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이 날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 

5. 그것이 내가 이 전시를 보고 할 수 있는 하나의 일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