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3.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



1. 아내는 대학 선배와 약속이 있었다. 그곳에 바래다주었다. 원래 그 앞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약속 장소인 그 공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바퀴 둘러보았다. '연남장'이라는 곳이었다.

2. 어반플레이라는 스타트업 기업이 운영하는 곳인가 보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였고, 과거 유리공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반만 리모델링하여(신생공간들의 트렌디한 방도) 역사성을 구태여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힙한 정서를 동시에 전시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었다. 통의동 '보안여관'이 견줄만 한 대상일 것이나 내 얄팍한 감상으로는, '연남장'의 공간 정서가 더 유기적인 조화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3. 아내와 스스륵 헤어지고(그녀의 선배와 인사를 나누지 않고 먼저 나왔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씨알 콜렉티브'에 갔다. 윤주희의 [의지의 의지의 의지]가 전시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좋았다. '약한 것'에 대한 관심과 수행이 '연민'이나 '시혜'로 흐르지 않고, 그야말로 '의지'(will 혹은 lean 혹은 limb)로 발하고 있는 현장을 목도했다.

4. 이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말을 찾을 방도도 없다.

5. 하여간 '움직이려는 것', '결함을 수긍하고 일어서보려는 것', 그러다 정히 힘들면 그저 '기대버리는 것'. 이것에 관한 고백이었다. 너무 솔직하다고 느꼈고, 가능하다면 앞으로 있을 작가의 클라이밍 퍼포먼스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2020.1.18.)은 시간이 안될 것 같다.

6. 윤주희라는 작가의 이름을 꼭 기억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7. 길을 걷다가 '예쁘게' 끊어진 체인을 보았고, '전투적'으로 새겨진 생활 경고문을 보았다.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