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6.

몸살, 인사 시즌, 넷플릭스와 더 크라이테리온 채널, 손재곤



1. 며칠 몸살을 앓았다. 일 년에 한 번은 거치는 일인 것 같다. 그것도 꼭 이맘때. 사흘 안쪽으로 끊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 정도 기간, 이 정도 강도라면 일 년에 한 번쯤 아파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닌가 싶다. 당연했던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게 되고, 가벼웠던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되는 귀한 돌아봄의 시간을 준다.

2. 인사 시즌이다. 아주 관심이 없을 수야 없지만, 나에게 이 소란스런 연례행사는 솔직히 그러거나 말거나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는 사람이 있고, 올라가는 사람이 있으면 내려가는 사람이 있겠지. 부서 내엔 설레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아마 우리 시 전체에 불 것이다. 글쎄, 그러거나 말거나.

3. 넷플릭스 오리지널 [두 교황]을, 오늘은 끝까지 볼 수 있을까.

4. '넷플릭스'와 '더 크라이테리온 채널'을 구독한 이후 극장에 갈 동기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이른바 시네마틱함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일 '집단 체험성'이란 것도 내 경우엔 진즉부터 그렇게 중요한 덕목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이 현상은 가속화되고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영화'일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넷플릭스를 경유하지 않거나, 개시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 같은 몇몇의 작품들에만 (어쩌다) 극장을 찾고 있다.

5. 그런 의미에서 올해 첫 극장 유람(이번 주말!)은 손재곤의 [해치지 않아]가 될 것이다. 손재곤, 이 얼마만의 이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