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5.

부서 이동, 김하나 개인전, 19회 송은미술대상전



1. 부서 이동을 했다. 옮겨 온 부서와, 떠나 온 부서의 송환영식을 모두 마쳤다. 이젠 정말 친정집을 나선 기분이다. 

2. 이전 부서에서는 야근이 전무했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는 칼퇴가 전무하다. 그러나 그런대로 이 조건과 환경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3. 주말 숙직을 서고 당직 휴무를 얻었다. 월요일에는 갤러리들이 대개 문을 닫는다. 송은아트스페이스와 송은아트큐브는 월요일에도 나직한 꾸준함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19회 송은미술대상전을 아직 보지 못했던 터라, 다소 무거운 몸이긴 했으되 그곳으로 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호선을 잡아타고 삼성역으로 갔다.

4. 송은아트큐브에서 김하나의 개인전을 먼저 보았다. [Beau Travail]라는 제목이 붙은 전시회인데, 아마도 클레르 드니의 [아름다운 직업]에서 가져온 것일 터이나, 그 영화와 김하나의 작업 사이에 별 상관성은 없어 보였다. 

5. 하지만 김하나의 작업은 너무도 좋았다.

6. 구식 인간이라 그런가, 나는 스마트폰도 어지럽고, 전광판의 현란함도 어지럽다. 2g폰을 쓰고, 수첩을 들고 다니는 건 내가 대단한 탈스마트 철학의 수행자라서가 아니다. 그저 어지럽기 때문이다. 단순히, 나는 그냥 어지럽다.

7. 그래서, 작금의 범람하는 미디어아트 작업들을 둘러보다 보면, (나 스스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피로감 같은 것이 몰려드는 것이다. 차이밍량의 [서유]같은 작업이나, 위라세타쿤 아피찻퐁의 실험영화 같은 것들은 동시대 미디어아트임에도 (도리어!) 일종의 안정과 고요를 준다. 하지만 그런 작업은 드물다. 근래 만난 작가들 대다수의 작업들에서 나는 (종류도 다양한) 여러 피로감과 마주해야만 했는데(이상하게도 김희천 [탱크]는 예외다), 바로 이런 사정들 탓에 나는 다시금 평면회화의 자리로 이끌리는 것만 같다. 

8. 김하나의 작업은 평면회화의 원점과 미래를 동시에 탐구하려는 작가 자신의 고유한 투쟁으로 보였다. 총 열한 점의 작업들 사이를 천천히 오고 가며 나는 풍요의 시간을 만끽했다. 그리고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 같은 걸 얻었다.

9. 그 여운을 품고 송은아트스페이스로 걸음을 옮겨 19회 송은미술대상전을 보았는데, 미안하지만 하나도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수백 점의 포트폴리오 가운데서 엄정히 선별된 네 개의 작업들"이라는데, 전시장을 도는 내가 다 그 문구에 무안을 느낄 지경이었다. 

10. 다만 차지량의 솔직한 고백에는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

11.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하나의 전시장에서 받은 도록을 다시 펴 보았다.









아래는 차지량의 설치(고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