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2.

아내 노트북, 아빠 면회, 라자스탄의 우물, 김민지 개인전


1. 아내의 노트북을 주문했다. 지출이 조금 있던 달이었는데, 때마침의 성과상여금이 숨통을 좀 틔웠다. 글로 벌어먹는 사람이 2013년식 중고노트북으로 퍽 오래 버텼다. 그 노트북도 응당 제 일과 쓰임을 다했다. 모두에게 아쉬움 없는 이별과 맞이라고 생각했다.

2. 아버지는 수술 후 조금씩 걷기 시작하셨다. 우리 모두 아빠의 움직임에 탄식을 보냈지만, 척추 고장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게, 드라마틱한 결과와 만나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여도, 당장의 불안과 고통을 얼마간 덜어내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자식 도리를 약간분이라도 해낸 것 같아 뿌듯하고 다행한 마음이 찾아들었다.

3.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라자스탄의 우물]전을 보았고, 청와대앞길을 따라 삼청동을 걸은 다음 갤러리 조선에서 김민지 개인전 [문제적 장소]를 보았다.

4. 처음엔 알아채지 못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두 전시가 '멀어진 장소에 대한 아카이빙'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쪽이 '두고 온 것에 대한 그리움'을 좀 더 모아놓고 있었다면, 한쪽은 '잊혀지고 말 것을 붙들기로 한 결심의 흔적들'을 다만 좀 더 모아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