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4.

영화보다 생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한 꼬마가 계단을 걸어 내려 오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 조그맣지만 단단해보이는 체구. 눈인사를 나눴다. 계기판 숫자를 바라보았다. 17층에서 오래 멎고 있다. 젠장 또 17층이다. 저 집엔 대체 누가 사는 걸까. 그때 뒤에서 폴짝폴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그 꼬마였다. 팔벌려 뛰기를 하듯 허공으로 양팔을 휘젓고 있었다. 벌써 호흡이 거칠었다. 뭐하고 있는 걸까. 그제서야 센서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공동 현관 유리문이 드르륵 열렸다. 꼬마는 초원처럼 밖을 달려 나갔다. 앗! 올해 본 어떤 영화보다도 귀엽고 사랑스런 장면이었다. 영화보단 역시 생활이고 삶이 먼저 아닌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