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9.

여자친구


괜한 물음이 하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파고든 품이다. “만약만약에 내가 죽으면 자기 어떻게 할거야?” 그녀는 잠시 생각을 골랐다. 그리고 대답했다. “같이 따라 죽을거야. 못 살거같아.” 어색한 정적. 나는 속으로 피식거렸다. 이 여자, 오늘 왜 이래. 절대 그럴 위인이 아니다. 더 악물고 살았으면 살았겠지. 그녀도 나도 아는 거짓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스르르 녹았다. 이상한 일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 곁에서 잘 때 할아버지가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던 그 감각으로 젖어 들었다. 나는 홀아비 냄새로 온 벽지가 눅진 그 방을 몹시 좋아했더랬다. 더 깊숙히 그녀의 품을 파고 들었다. 몸 냄새가 너무 좋았다. 밀크향 베이비 로션 냄새다. 라면 스프 냄새 다음으로 좋아하는 냄새.(이건 아닌가.) 따뜻했다. 익숙하고 기분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