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9.

시를 품은 사람들


시인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시를 가슴에 품는다는 건 어떤 일일까. 한 번도 시인이 되길 바라본 적은 없지만 시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꿈꿔왔다. 안 되는 일이다. 나는 힘들다. 오래 들여 보는 일. 오래 느껴 보는 일. 터져 흐름을 참지 못하는 일. 그러나 삼켜야 하는 일. 불가능한 언어에 도달하는 일. 아니 아무래도 좋은 일. 결국 실패하고 마는 일. 그 외로운 탐사. 서글픈 산책. 부끄러움. 부끄러워 하는 일. 그렇다. 부끄러움. 세상 모든 것에 부끄러워하기.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일. 부끄러움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일. 기꺼이 죽겠노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일. 동주도 몽규도 누구도, 그 부끄러움 없이는 살 수 없었다. 가슴에 시를 품은 사람들. 바람이 되고 별이 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