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1.

노파의 향


한낮. 노파가 저만치 앞질러 갔다. 따를 수 없는 잰걸음이었다. 무슨 일일까. 걸음을 따라 특유의 향이 이어졌다. 코끝이 매캐했다. 죽음에 가까워진 냄새로구나. 불경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말도 아니었다.

모든 아이는 달큰한 향을 풍기며 태어난다. 어미 젖의 향, 제 품은 순결의 향. 생각해보면 향이 없는 것은 없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향이 있다. 시절에 걸맞은 향내를 바꿔 풍기다, 다만 언젠가 병들고, 언젠가 떠난다. 향. 육신의 향. 심령의 향. 나는 어떤 향을 풍기고 있을까. 알 수 없다. 그러나 될 수 있는 한, 땀내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 수 있기를. 백 번의 관념보다 한 번의 노동이 새겨지기를. 되도록 거친 손과 그을은 살결을 갖게 되기를. 그렇게 시큼한 노동의 향내가 내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나 구호를 삼는 일은 그것이 턱없이 부족할 터이기 때문이다. 노파의 향을 따르며, 나는 내게서 땀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득 부끄러웠다. 그것도 몹시. 저 향도 언젠가는 내것이 될 것이다. 그때라면 좀 덜 부끄러운 일이 될까. 노파의 향은 매캐했으되, 불쾌하지 않았다. 떳떳한 죽음의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