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5.

샤워


여권을 잃어버렸(다가 극적으로 찾았지만 원래 계획이 모조리 어그러졌)고, 전자칩이 담긴 차 키를 잊은 채 씐나게 헤엄치다 170유로를 물었고, 아내가 선물한 (그나마 내게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자리도 모른 채 허망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하루였다. 무력감과 자기 책망에 종일을 시무룩했지만 뜨거운 샤워 물줄기에 몸을 쐬니 기분이 좀 풀리는 듯싶다. 아내는 말없이 밀린 드라마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