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5.

일요일


1. 느즈막히 일어나 밥을 먹었다. 간이 맞지 않는 북엇국을 마셨다.

2.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탔다. 15천원이 나왔다. 그래도 늦고 말았다.

3. 난지 입주작가들의 작업들을 보았다. 작업들보다, 그들의 생활공간 안으로 합법적인 침입을 했다는 사실에 더 흥미를 느꼈다.

4. 아내의 사무실에 들렀다. 다은씨가 만든 김밥을 먹었다. 수험생활 때 먹었던 편의점 김밥 맛 같다고 말하였다. 실망한 얼굴빛을 보았다.

5. 아내가 일하는 사이, 오늘의 기분을 쓱싹 빈 종이에 그렸다. 칠판용 보드마카였지만 괘념치 않고 그냥 가져다 썼다.

6. 아이리시맨을 보았다. 저 아름다운 폭력, 리드미컬한 폭력에 흠뻑 매혹당하고 말았다. 스콜세지는 죽기 전에 몇 작품을 더 남기겠지만, 나는 사실상 이 작품을 그의 유작이라 생각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저 리드미컬한 폭력을 경유한 뒤 다시금 속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려 바등거리고 있었다.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7.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구하라의 부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