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6.

너무많은재난들


너무많은재난들. 종이에 연필과 마카, 오일파스텔. 2020

너무 많은 재난들이 속절없이 흘러다닌다. 재난이야 늘 존재했지만, 이토록 집요하게 살갗을 파고들며 당사자성을 확인시키는 류는 좀처럼 마주하기 어려운 것이다. 2014년 4월 16일이 생을 두고 결코 지워지지 못할 심리적 재난이라면, 작금의 재난은 그야말로 피부와 호흡, 생식과 감각의 재난이며, 사태의 종식과 무관히 습관으로 새겨질 실존의 재난이다. 삶을 가까스로 버티어 선 사람들이 보이고, 버티어 서려다 대롱대롱 끝내 저 아래로 추락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너무 많은 재난들. 이 가운데, 38명의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불에 타 죽었는데, 그것쯤은 그냥 흘려보내도 어쩔 것인가의 생각들이 있다. 수십만의 '평범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온라인 강간에 가담했는데 어쨌든 나완 무관한 일이 아닌가 빗어 넘기려는 태도들이 있다. 너무 많은 혐오들, 너무 쉬운 구별짓기. 너무 많은 말들. 너무 많은 재난들, 재난들, 재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