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7.

허우 샤오시엔, 이창동, 고레에다 히로카즈


내가 나고 자란, 나를 품어준 공간과 시간의 중요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된다. 세계화란 말조차 빛바랜 듯 광속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오늘,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딛고 선 이 땅, 내가 생활하고 감각하는 '지금, 여기'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아닌가 싶다. 오직 아시아를 말하는 이런 자리는 뜻깊다. 서구 영화의 문법과 전통에서 비껴나 아시아에서 아시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거기에만 자리하는 불가피한 태도에 관해 말하는 이들이 더욱 그립다.내가 나고 자란, 나를 품어준 공간과 시간의 중요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된다. 세계화란 말조차 빛바랜 듯 광속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오늘,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딛고 선 이 땅, 내가 생활하고 감각하는 '지금, 여기'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아닌가 싶다. 오직 아시아를 말하는 이런 자리는 뜻깊다. 서구 영화의 문법과 전통에서 비껴나 아시아에서 아시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거기에만 자리하는 불가피한 태도에 관해 말하는 이들이 더욱 그립다.



허우 샤오시엔, 이창동, 고레에다 히로카즈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
2016. 10. 10.



2016. 10. 3.

키아로스타미


키아로스타미가 떠났다. 여러 날 그의 영화들을 다시 보았다. 깊은 서글픔이 북받쳤다. 예술보다 생활이 먼저인 이들, 단지 제 몫의 분투가 불현듯한 길이 되고 예술이 되어버린 이들의 세계는 이제 점점 닫혀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6. 9. 25.

샤워


여권을 잃어버렸(다가 극적으로 찾았지만 원래 계획이 모조리 어그러졌)고, 전자칩이 담긴 차 키를 잊은 채 씐나게 헤엄치다 170유로를 물었고, 아내가 선물한 (그나마 내게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자리도 모른 채 허망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하루였다. 무력감과 자기 책망에 종일을 시무룩했지만 뜨거운 샤워 물줄기에 몸을 쐬니 기분이 좀 풀리는 듯싶다. 아내는 말없이 밀린 드라마를 보고 있다.

2016. 9. 9.

차이밍량의 말

 

나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똑같은 것을 고민합니다. [홀로 잠들고 싶지않아]에서 물의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 것은 제 현실 생활에서도 물 새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창작의 원천은 생활이고 누군가를 위해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주변의 이야기들을 만들 뿐입니다.

                                               
                                                                           - 차이밍량, 2006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2016. 9. 5.

한 소리


결국 한 소릴하고 말았다. "정말 좆같은 체계네요." 그 의사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그도 그저 하나일 뿐이다. 저런 저급한 말은 더구나 용서받을 수 없다. 허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일주일 째, 우리는 각종 불합리에 시달려야 했다. 중복 검사, (건물과 층을 오가야 하는) 외래실과 병동 뺑뺑이, 식사 전달 오류, 과다 비용, 주차 문제 등등. 직원들에게 그곳은 잠시 들렀다가는 정류장인 것처럼 보였다. 무성의, 무신경. 누적된 분노가 터졌다. 어쩌랴. 이미 끝났다. 수술도, 전신 마취에서 깨어나는 일도, 금식도 모두 끝났다. 의사를 찾아 무례를 고백했다. 아버지는 조금씩 걸어본다고 일어나셨다. 그 뒤를 가만히 따랐다.



2016. 9. 4.

잘 자람


잘 자라고 있다. 기쁘다.


2016. 9. 3.

요청한 적 없는 선심


만 이천원 거리를 타고 왔는데 기사님이 만 구천원 짜리 영수증을 끊어 주셨다. 어차피 회사에서 타먹는 돈 아니냐며. 요청한 적 없는 선심에 당황되면서도 와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신기하고 기분 좋고 그랬다.

2016. 8. 25.

금마장 포스터


수잔이 메일을 보내왔다. 올해 금마장 포스터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라고. 4시간 짜리 복원판을 만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고 했다. 부러운 일이다.





2016. 8. 23.

2015 허우 샤오시엔 감독 촬영지 순례 여행




허우 샤오시엔 감독 촬영지 순례 여행 2015
A Pilgrimage To Dir. Hou Hsiao-Hsien's Shooting Spots 2015
侯孝賢導演電影拍攝地巡禮旅行 2015

2016. 8. 16.

결혼준비


결혼준비를 하고 있다. 먼 일로 여겨온 만큼 과정이 썩 능란치 못하다. 불가피한 일이나, 아내될 이의 애씀이 현저히 더 큰 건 아무래도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내가 더 잘할게. 여보. 식장, 청첩장, 식순, 영상, 예물, 예복, 초대, 여행 등등. 하우스 풍인 대신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우리 손때를 묻히려 하고 있다. 생각보다 더 많은 품이 들고 있다. 찾아주시는 분들, 그리고 우리 기억에 무엇보다 오래 새겨질 그런 결혼식을 만들고 싶다. 벌써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시다. 성실로 보답을 해야 할 것이다.




2016. 8. 11.

이유만X정선년 3


20161015 결혼식전영상



이유만X정선년 2


20161015 결혼식전영상



이유만X정선년


20161015 결혼식전영상


뒷모습


20161015 결혼식전영상


2009 제주걷기여행


20161015 결혼식전영상


선년생일기념 2009


20161015 결혼식전영상


2009 중동여행


20161015 결혼식전영상



2016. 8. 8.

보고싶음요

 
 
얼른 한국으로 돌아오라 그대
 
 

2016. 8. 5.

허우 샤오시엔에게서 배운 것들



결국 실패하고 마는 일. 인간의 양태를 벗지 않으려 애를 쓰는 일. 머뭇거리는 일. 속수무책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는 일. 불현듯한 무력감. 어찌해볼 수 없는 회한에 젖어드는 일. 다시 그게 삶이라고 고개를 꾸벅이는 일. 매선 눈으로 먼 풍경을 바라보는 일. 응시. 긴 응시. 뛰어들지 못하고, 바꿔내지 못하고 그저 한없이 바라보는 일. 저 긴 호흡, 느린 걸음. 그 속도만이 자신의 것임을 도리없이 수긍하는 일. 허우 샤오시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2016. 7. 28.

결혼


  결혼이란 걸 한다. 가장 많이 사랑하고, 가장 많이 싸운 사람. 저 8년의 시간들. 이제까지완 전혀 다른 층위의 무게가 얹어질 것이다.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을 것이다. 아름답기만 한 길보다 그 반대의 풍경이 더 자주 드리울 것이다. 그 모든 불안과 혼돈과 두려움 속으로 그러나 기어이 걸어들어가려 한다. 이런 일에 날이 선 설계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러 일에 그래왔듯 이번도 또렷하지 않은 채로 뛰어든다. 연애와 결혼은 전혀 다른 일일 것이다. 8년 세월이 쌓은 더깨에 그저 기대볼 뿐이다. 아주 무력하게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서로에게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것들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애써 바꿔야 할 상대의 결점과 그저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할 상대의 결점을 구분해온 일. 서로에게서 훈련한 것의 거진 전부는 그것이었다. 결혼이라는 선택. 그 대가로 얻게될 책임의 무게는 지금 다 측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시 막연한 믿음을 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