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3.

요청한 적 없는 선심


만 이천원 거리를 타고 왔는데 기사님이 만 구천원 짜리 영수증을 끊어 주셨다. 어차피 회사에서 타먹는 돈 아니냐며. 요청한 적 없는 선심에 당황되면서도 와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신기하고 기분 좋고 그랬다.

2016. 8. 25.

금마장 포스터


수잔이 메일을 보내왔다. 올해 금마장 포스터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라고. 4시간 짜리 복원판을 만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고 했다. 부러운 일이다.





2016. 8. 23.

2015 허우 샤오시엔 감독 촬영지 순례 여행




허우 샤오시엔 감독 촬영지 순례 여행 2015
A Pilgrimage To Dir. Hou Hsiao-Hsien's Shooting Spots 2015
侯孝賢導演電影拍攝地巡禮旅行 2015

2016. 8. 16.

결혼준비


결혼준비를 하고 있다. 먼 일로 여겨온 만큼 과정이 썩 능란치 못하다. 불가피한 일이나, 아내될 이의 애씀이 현저히 더 큰 건 아무래도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내가 더 잘할게. 여보. 식장, 청첩장, 식순, 영상, 예물, 예복, 초대, 여행 등등. 하우스 풍인 대신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우리 손때를 묻히려 하고 있다. 생각보다 더 많은 품이 들고 있다. 찾아주시는 분들, 그리고 우리 기억에 무엇보다 오래 새겨질 그런 결혼식을 만들고 싶다. 벌써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시다. 성실로 보답을 해야 할 것이다.




2016. 8. 11.

이유만X정선년 3


20161015 결혼식전영상



이유만X정선년 2


20161015 결혼식전영상



이유만X정선년


20161015 결혼식전영상


뒷모습


20161015 결혼식전영상


2009 제주걷기여행


20161015 결혼식전영상


선년생일기념 2009


20161015 결혼식전영상


2009 중동여행


20161015 결혼식전영상



2016. 8. 8.

보고싶음요

 
 
얼른 한국으로 돌아오라 그대
 
 

2016. 8. 5.

허우 샤오시엔에게서 배운 것들



결국 실패하고 마는 일. 인간의 양태를 벗지 않으려 애를 쓰는 일. 머뭇거리는 일. 속수무책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는 일. 불현듯한 무력감. 어찌해볼 수 없는 회한에 젖어드는 일. 다시 그게 삶이라고 고개를 꾸벅이는 일. 매선 눈으로 먼 풍경을 바라보는 일. 응시. 긴 응시. 뛰어들지 못하고, 바꿔내지 못하고 그저 한없이 바라보는 일. 저 긴 호흡, 느린 걸음. 그 속도만이 자신의 것임을 도리없이 수긍하는 일. 허우 샤오시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2016. 7. 28.

결혼


  결혼이란 걸 한다. 가장 많이 사랑하고, 가장 많이 싸운 사람. 저 8년의 시간들. 이제까지완 전혀 다른 층위의 무게가 얹어질 것이다.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을 것이다. 아름답기만 한 길보다 그 반대의 풍경이 더 자주 드리울 것이다. 그 모든 불안과 혼돈과 두려움 속으로 그러나 기어이 걸어들어가려 한다. 이런 일에 날이 선 설계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러 일에 그래왔듯 이번도 또렷하지 않은 채로 뛰어든다. 연애와 결혼은 전혀 다른 일일 것이다. 8년 세월이 쌓은 더깨에 그저 기대볼 뿐이다. 아주 무력하게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서로에게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것들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애써 바꿔야 할 상대의 결점과 그저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할 상대의 결점을 구분해온 일. 서로에게서 훈련한 것의 거진 전부는 그것이었다. 결혼이라는 선택. 그 대가로 얻게될 책임의 무게는 지금 다 측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시 막연한 믿음을 품을 뿐이다.



2016. 7. 7.

할머니

한 세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지금쯤 할아버지를 만나셨을까. 내 결혼식을 너무도 보고 싶어 하셨다. 그 불덩이의 육신으로도. 한 발자욱조차 당신 힘으론 어려우셨으면서도. 애미야 나 안죽어. 안죽을거야. 어머니, 어머니가 왜 돌아가셔요. 마지막 길은 결국 어머니가 배웅해드렸다. 지독한 애증. 가장 큰 슬픔은 엄마에게 들어찼다. 숫제 몸으로 반응이 왔다. 가볍잖은 대상포진이 살갗에 피었다. 며칠째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다. 그날 낮, 우리는 가슴이 무너져 흘렀다. 전화를 부둥켜잡고 엉엉 울었다. 수년만의 연락들이었다. 장례 뒤 형제들은 앞날을 논의했다. 타산은 거기에 끼지 않았다. 그의 아이들도 서로를 찾고 돌보기 시작했다. 그런 선물을 남기고 가셨다.

2016. 6. 13.

천지유정, 일개인 몰유동류.



  그가 아낀다는 말을 문득 되새김해본다. 천지유정(天地有情). 일개인 몰유동류(一個人,没有同類). 세상 만물에 사랑이 깃들어 있고, 세상 누구도 서로 같은 이는 없다는 말. 근래 부쩍 까닭 없는 서글픔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애초 심어진 우리 사랑과 고유는 시간과, 삶의 관성과, 세상의 편리 앞에 좀처럼 멀리 피어나기 힘들다는 것. 숙명인 줄 알면서도 그런다. 누구도 사랑을 품고 나지 않은 이 없고, 누구도 오직 하나의 존재로 나지 않은 이 없는데. 그저 휩쓸려 살다보니 제각기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이다. 그들이 나 같아서, 내가 그들 같아서, 화면 속과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그냥 와락 끌어안고 싶어진다. 단란한 외식 한 번 못해본 꼬마도 안고 싶고, 술주정뱅이인 어느 아버지도 안고 싶다. 멍투성이가 된 여자도 안고 싶고, 자기가 미워 눈이 번진 여자도 안고 싶다. 욕심 많은 어느 기름진 노인도, 손발 다 갈라진 검은 어깨의 농부도 안고 싶다. 감당할 줄 몰라 소비로만 채워내는 어느 금수저 인생도, 평생을 바치고도 영문없이 내쫒기는 어느 실업자도 안고 싶다. 그저 꿈이다.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는 내가 사랑을 서글퍼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모든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이며 무슨 헛짓거리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2016. 6. 11.

뽀미



우리 뽀미 사랑스럽구요







2016. 6. 10.

근조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죄스럽다. 내 안의 여성 혐오를, 나는 충분히 들여 보지 못했다.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여동생과 어머니를 아껴온 것은 오늘의 이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임을, 이번 일로 배웠다. 어리석게도. ‘효녀 연합'의 홍승은 씨는 말했다. “혐오는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취급하지 않는 모든 문화를 말한다.” 뛰어난 여성, 치열한 여성을 나는 흔쾌히 받아 들여왔던가. 예쁜 여자, 착한 여자, 얘기가 잘 통하는 여자, 섹시한 여자, 혹은 삶의 경륜이 쌓인 여자 - 범주 밖의 여성들을 나는 진정으로 애정하거나 존경한 일이 있었던가. 답을 할 수 없었다. 이런 반성은 모래에 쓴 글자와 같아서 쉽게 지워지고 마는 것이다. 이 다짐 뒤로는 말을 멈추어야 한다. 대신 자꾸 스스로를 응시해야 한다. 끝내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수고없이 얻은 것들. 무감하게 취한 편리들. 그들 가운데 나. 남성인 나. 다시 한 번 희생되신 분의 명복을 빈다.

2016. 5. 21.

노파의 향


한낮. 노파가 저만치 앞질러 갔다. 따를 수 없는 잰걸음이었다. 무슨 일일까. 걸음을 따라 특유의 향이 이어졌다. 코끝이 매캐했다. 죽음에 가까워진 냄새로구나. 불경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말도 아니었다.

모든 아이는 달큰한 향을 풍기며 태어난다. 어미 젖의 향, 제 품은 순결의 향. 생각해보면 향이 없는 것은 없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향이 있다. 시절에 걸맞은 향내를 바꿔 풍기다, 다만 언젠가 병들고, 언젠가 떠난다. 향. 육신의 향. 심령의 향. 나는 어떤 향을 풍기고 있을까. 알 수 없다. 그러나 될 수 있는 한, 땀내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 수 있기를. 백 번의 관념보다 한 번의 노동이 새겨지기를. 되도록 거친 손과 그을은 살결을 갖게 되기를. 그렇게 시큼한 노동의 향내가 내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나 구호를 삼는 일은 그것이 턱없이 부족할 터이기 때문이다. 노파의 향을 따르며, 나는 내게서 땀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득 부끄러웠다. 그것도 몹시. 저 향도 언젠가는 내것이 될 것이다. 그때라면 좀 덜 부끄러운 일이 될까. 노파의 향은 매캐했으되, 불쾌하지 않았다. 떳떳한 죽음의 냄새였다.


2016. 5. 20.

여자친구


그녀는 여행을 갔고 나는 남았다. 창 너머 앉은 그녀를 보지 못했다. 나도 그녀도 먼 거리를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버스는 떠났다. 청소를 하고, 짐을 꾸리고, 투표를 하고, 그리고는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우리 둘 중 우리가 잠들어버렸다는 걸 인지한 이는 없었다. 비행기 시간이 임박해서야 잠을 깨었고 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그녀는 연신 어떡해,를 읊어댔다. 나는 우리에게 단 1초라도 줄일 방법이 무언가를 생각했다. 답은 없었다. 무조건 뛰었다. 신호를 무시했고 경적 소리도 무시했다. 저 편에 기적처럼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버스는 그녀를 날름 삼키고는 문을 닫았다. 저만치 사라졌다. 허리를 굽혀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집으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한 시간 쯤 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속을 밟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잘 다녀올게. 사진 많이 찍어와. 전화를 닫았다. 한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탔다. 그 중엔 중국인 가족이 있었다. 너 댓살 쯤 먹은 막내가 엄마 허리춤을 끌어 당기며 칭얼댔다. 자리를 양보했다. 아이는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해 들었다. 不出, 可入 따위 글자들이 화면에 큼지막이 떠올랐다. 한동안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궤도 소리가 둔중했다. 풍경이랄 것도 없는 어두운 것들이 스쳐 흘렀다.